40대 이상의 여성들을 진료하다 보면 남편이나 시댁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나 화병 증상을 겸한 경우가 많다.
이전에 비해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참고지내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고통을 인내하고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여성들의 경우는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를 밖으로 풀어버리지 못하고 안으로 삭히고 간직하고 참는 경우가 많아 화병으로 발전하기가 쉽다.
화병이 생긴 여성 환자와의 상담을 해 보면 일반적으로 남편의 바람, 큰 돈을 남에게 띄이는 경우, 시댁식구와의 갈등, 자식이 뜻대로 자라주지 않는 것, 자식의 죽음이나 질병 등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일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가정에 한 두개 정도는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필자의 경우도 유년기를 생각해 보면 필자의 부모님에게도 이러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주변의 친구나 친척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아도 집안에 한두가지 문제가 없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같다.
필자는 화병에 걸려 오는 환자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왜냐하면 화병은 본인이 본인에게 만든 병이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불행을 겪거나, 뜻대로 세상일이 되지 않아도 화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걸리지 않고 화병에 걸리는 사람은 걸린다. 이것은 자신이 겪은 불행이 몸을 다치게 한 것이 아니고 불행에 대한 마음의 괴로움이 자신의 몸을 질병에 걸리게 한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은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99% 사람들이 한두가지의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삶에는 불행이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간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불행을 겪게되면 이세상에 불행한 사람은 자신뿐인 것 처럼 그 고통이 크게 느껴지고 그 괴로운 마음은 다시 몸을 병들게 만들어 더욱 상황을 악화시킨다.
지구상에 60억 인구가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모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다. 그래서 세상을 살다보면 반드시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물론 갈등의 대상은 항상 가까이에 존재한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것 처럼. 이러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그럼 이러한 갈등을 항상 괴로워만 하고 고통받고 병에 걸려야만 하는 것인가? 이러한 갈등을 좀더 가치있게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더욱 너그럽게 만들고 포용력을 기르고 자신의 지혜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면 어떨까 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모든 시련과 고통, 갈등들은 모두 자신을 발전 시키는 밑거름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면 더이상 이러한 갈등과 시련과 예기치 않은 괴로움이 두렵거나 고통스럽게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행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면 되는 게 아닌가?
상대적인 행복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잔 같은 행복이다. 외부 상황과 상관 없이 늘 행복할 수 있는 절대적인 행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의 여성이라면 내 남편이 언젠가 바람을 필 수도 있다. 시댁식구와 분명히 갈등이 있을꺼야. 내 자식이 내 뜻에 맞게 커주지 않을 수도 있다. 언젠가 큰 돈을 날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이러한 시련과 장애를 현명하게 잘 이겨내고 행복하게 살꺼야. 라는 다짐이나 각오를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미 화병에 걸린 분들은 남을 원망할 것이 아니다. 화병은 자기 마음이 자기를 병들게 한 것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괴로움으로만 받아들이고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어서 마음이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으로 물들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원수가 좋아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자신의 마음이 원망과 증오에 물들지 않고 밝고 순수하고 너그럽고 당당하기 위해서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미운놈 떡하나 더 주는 것을 생활에서 실천해야 한다. 힘들지만 꾸준히 실천하면 어느새 자신의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고 다시 밝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